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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경쟁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언택트'란 놈, 넌 누구냐?

by 불탄 2020.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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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대세를 넘어 쓰나미로 번져버린 '언택트 Un-Tact'


우리네 정서에 가장 잘 맞는 인사 중 하나 "언제 밥 한 번 먹자"이다. 뭐, 조금 더 나아가자면 "소주 한 잔 하자"는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꼭 밥을 먹자거나 술을 마시자는 건 아닐 거다. 그냥 지나가는 인사치례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게 어떤 면에서는 정신 건강에도 좋을런지 모른다.


어쨌든 예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정서는 맞대면을 통한 협상에 더 코드가 맞아떨어지는 모양이다. 톡 까놓고 말해 세계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접대 문화'가 여전히 대한민국의 영업 세계와 계약 문구를 지배하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즉 코로나19 팬데믹에 몸살을 앓는 가운데 어느 시점에선가 고개를 슬며시 쳐들기 시작한 비대면 사회 현상이 이제는 대놓고 그 존재감을 드러내려 혈안인 모양새다. 소위 언택트라는 명찰까지 가슴팍에 드러낸 채...



자!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언택트 : Un-Tact'의 사전적 내지는 백과사전적 의미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언택트


비대면 접촉을 뜻하는 조어. '접촉(Contact)'이라는 말과 부정을 뜻하는 'Un'을 결합해서 만든 신조어로, 무인 기기나 인터넷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직접적인 대면 접촉이 줄어드는 양상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2017년 국내에서 비대면 기술을 뜻하는 용어로 만들어진 후,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 코로나19 -의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주목받는 트렌드 용어로 떠올랐다. 같은 의미의 영어권 용어로 '넌컨텍트(NonContact)', '노컨텍트(No-Contact)', '제로콘텍트(Zero Contact)' 등이 있다.


그만 알아보자. 이 정도면 충분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는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만드는 경영·기술 전문지, '기업나라'는 언택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집단생활에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개인주의 사회로 변모한 지 오래. 아주 가까운 미래에는 개인주의를 넘어 초개인화 시대가 열릴 거라고 한다. 궁금한 건 친구 대신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되고, 심심하면 OTT 플랫폼의 다양한 콘텐츠를 영화관 못지 않은 초고화질로 집안의 대형 TV에서 감상할 수 있다. 남들과 뭔가를 도모하기 위해 '굳이' 만나야 할 필요가 없어진 시대. '언택트 : Un-Tact'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대세라고 한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물줄기와도 같은, 아니 어쩌면 쓰나미나 되는 것처럼 항거불능의 힘을 갖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금 더 들어가 보자.


스타벅스의 앱 주문·결제 서비스인 '사이렌 오더', 패스트푸드점과 영화관의 키오스크도 이제 밀레니얼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40∼50대의 언택트 소비 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60∼70대 노년층도 배달 앱으로 식사를 주문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실제로 현대카드가 자사 고객의 카드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0대의 언택트 관련 결제금액이 2019년 1∼5월 기간에 전년 동기 대비 약 131%나 증가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나타낸 것으로, 언택트 서비스 이용이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가 이러한 확산세에 불을 지핀 것만은 분명하다. 강제적으로 언택트 서비스를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한발 더 빠르게 언택트 사회로 진입했고, 이로 인해 근무 풍경과 소비 형태가 바뀌고 있다. 재택근무가 현실화되면서 화상 채팅 앱, 온라인 협업 도구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과 구글의 '행아웃 미트'는 매일 다운로드 기록을 갱신 중이며, 중국의 업무용 앱인 '위챗 워크', 알리바바의 '딩톡', 바이트댄스의 '라크'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일제히 서버 마비를 경험했다.


이제 비대면 면접도 드물지 않은 일이 됐다. 11번가와 롯데홈쇼핑은 직원 채용 면접을 비대면으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앞으로는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 언택트 비즈니스가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장밋빛 청사진만 드러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있어 지금으로선 언택트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력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정치 · 사회 · 경제 · 문화 · 예술 · 생활 등 인간세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금은 언택트가 대세를 이루고 있음까지도.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각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언제부터인가 한물 간 것으로 여겨지던 '자동차극장'을 새로이 단장한다는 내용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가뜩이나 제한된 사업비와는 다르게 여기저기 지원해야 할 게 많은 지자체로서는 요즘 같은 때 그리 큰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지역민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을 터... 비록 궁여지책일망정 꽤나 그럴 듯해 보였는데...





그보다 한술 더 뜬 신개념 라이브 문화를 뉴스로 알게 되었다. 자동차극장과 매우 흡사하면서도 그 참신한 아이디어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든 '드라이브 인 콘서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회적 거리를 둔 자동차, 그 안에서 라디오를 켜고 일정 주파수를 맞추면 바로 앞 무대에서 라이브를 펼치는 가수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형태다. 가수 린, 이승철을 비롯해 이미 많은 인기 가수들이 라이브 공연을 가졌던 모양인데, 이 또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언택트 문화의 한 줄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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